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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웅 - 한 권으로 보는 전쟁사 101장면

2005/03/02 15:17, 글쓴이
 
 
 
 
책 구입일자 도장을 보니 이것도 작년말에 '별들의 들판' 살 때 산 것 같군...

음반사에서 기획해서 내놓는 '베스트 앨범' 또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사는 게 아티스트의 고뇌의 결정체인 정규음반을 욕보이는 행위라 생각하며 살고 있고, 이렇게 '한 권으로 보는...'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을 사는 것도 그 분야에 많은 책을 읽고 종합적인 시야를 기르기보다 책 한 권 딸랑 읽고 '아는 척' 하기 쉽다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내 책장에는 부끄럽게도 이런 '한 권으로 보는...' 류의 책이 좀 있다.

이 책을 펴낸 가람기획이라는 곳은 이런 나 같은 철딱서니 없는(^^?) 교양인들을 위해 줄곧 이런 책을 시리즈로 발간해오고 있는데, 이 회사의 이러한 정책을 알고 있는 것은 내가 고등학교 땐가 그 즈음 동네서점에서 샀던 세계사 100장면이란 책이 이 회사의 이 '한권으로 보는 역사' 시리즈의 최초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뒤져보니 지금은 이 세계사 100장면 책이 저자가 바뀌면서 101장면으로 개정돼 나오고 있다는군)

어쨌거나...

이 전쟁사 101장면이란 책은 내가 최초로 접하게 된 전쟁사책인 이대영의 '알기쉬운 세계제2차대전사'에도 참고서적으로 올라와있는, 그러니까 나온지 꽤 된(1997년 발간) 책이다.

육군사관학과 전사학과 정토웅 교수가 쓴 책인데 군인 저자가 쓴 책답게 전쟁 안에서 부딪치는 '인간'들의 모습보다는 전쟁의 경과와 사실관계에 집중해 조금 건조하다 싶은 면도 있고 매 장마다 [ 사실관계의 적시 ] → [ 교훈 ]의 순으로 진행되어 조금 구성이 도식적이다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체도 그리 뻣뻣하지 않고 편히 읽기 좋은 것 같다. (왜, 군대에서는 뭐든지 한자어로 바꿔서 아주 우리말을 버려놓지 않던가. 음식물'섭취'라느니 '역점시책 지속홍보' 따위로...)

특히, Age of Empires II 하면서 각 종족별 역사와 특성이 어떻고, 기본캠페인들이 역사상 어떤 지위를 차지하는 전투들인가 쉽게 알 수 있어 좋았다. 흐흐... (예를 들자면 AOE2에서 보병은 기병에 지고, 기병은 장창병과 낙타병에 진다는 식의 상성은 단순한 인공적 설정이 아닌, 역사적 근거를 가진 것이었다)

이 책을 한참 읽을 때 봤던 영화 알렉산더의 가우가멜라 전투가 단순한 시각적 스펙타클을 넘어 망치-모루전법의 놀라운 재현으로 다가온 것도 이 책으로 인해 전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트로이도 다시 보니 팔랑스 대형을 잘 재현했다는 감탄이 나오더라)

그리고 한 권 안에서 고대~현대의 전쟁(걸프전까지)을 조감하다보니 전쟁이란 게 단순한 영토확장의지의 무력충돌사건(fact)에서 고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tool)으로 변화하는 미묘한 흐름까지도 눈치챌 수 있었다.

1개 사건이 2-3페이지의 짧은 호흡으로 짜여있어 지치지 않고 쭉쭉-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획교양서의 당연한 미덕일 수 있겠다.

전쟁사에 관심있는 좁은 범위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군사(軍事)나 역사(歷史) 같이 인접분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교양을 쌓기에 좋은, 그리고 그러한 기획력 측면의 장점 뿐만 아니라 책 자체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는 유익한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불편부당하고 객관화된 저작을 남기고 싶어하는 군인 또는 학자로서의 유혹을 이겨내고 나 같은 평민(?)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신경써서 책을 저술한 저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ISBN 8985466712
2005/03/02 15:17 2005/03/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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