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말에 출간됐을 때 한창 라디오에서 광고도 하고 (무슨 연애소설인양 광고하는게 심히 거슬리긴 했지만) 서점에서도 신간코너 제일 목 좋은 곳에 진열해놓고 그래서 유행에 휩쓸린다 싶어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때는 내가 참 드물게도 '픽션' 아니면 '이야기'라는 것에 무척 목이 말라있던 때였나보다.
사실 나는 픽션을 잘 읽는 편이 아니다.
'허구의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효용(...이랄까, 건방지군)이라든가 그 가치성에 좀 회의를 품는 입장이었고, 그러한 부정적인 태도는 90년대초(?)부터 일본 사(私)소설의 영향을 받은 한국 여성작가들의 작품 앞에서 더 극단으로 기울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공지영이 그런 쪽의 작가가 아니라는 점은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한 작은 변명도 되어주었지만 그녀 역시 문장의 '호흡이 짧다'라는 느낌은 여기서도 같았다.
작가가 1년간 베를린에 체류하고 돌아와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6개의 중/단편들로 엮은 연작소설집인데 그들을 묶어내는 공통된 주제는 라디오 광고나 표지의 광고지에 나온 것과 같은 '두려움 없는 사랑'이 아니라 베를린이라는 제3의, 그러나 그 역시도 분단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슬픈 (한국민의) 역사와 용서'다.
하지만 작가가 두드리는 '역사'라는 주제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작가의 '사회성'이라는 것은 그녀가 비슷한 여류작가들의 개인경도(傾到)적인 경향과는 차별되는 미덕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미덕으로 평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다루는 방법적인 면에서 어딘가 '힘이 가빠보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드문드문 감동적인 구절이나 정말 탁월하다 싶은 묘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부분적인 장점들이 전체적인 '힘에 겨워보임'을 덮어줄 정도는 못 되는 것 같다.
후반부에 가서 '허물어지듯'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미지'에 감동받는 독자가 아니라면 나같은 영악한 독자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울 수도 있고...
웹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많은 독자들의 서평이 '대한민국'이니 '민족'이니, 심지어는 '아리랑'까지 나오면서 작품외적인 독자개인의 감상(感傷)에 치우쳐져 작품 그 자체에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독자 개인들의 문제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로 독자를 빨아들이지 못하는 작가의 실책 때문일 수도 있을 거다.
서울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열차 안에서, 또는 역 대합실 안에서 가볍게(무거운 주제에 비하여 '가볍게'라는 말이 나오다니...) 읽기에는, 그리고 책을 읽고서 잠시 생각에 잠시게 해주는 데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이 책이 보여주고자 했던 '약한 단계의 사회적인 모습'과 비교되어 중학교 때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충격이 다시금 생각났던 것은 주제 자체의 경중(輕重)을 떠나 그 주제 자체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아쉬움이 들었던 때문인 것 같다.
ISBN 8936436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