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딴지일보를 통해 '명랑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20년 후 모습을 처절하리만치 뒤집어놓은 그 발칙한 상상력이 화제가 된지도 오래고,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 대다수가 이미 작가의 웹사이트를 통해 '공식스캔본'이 공개된 마당에 책을 구입하는 것이 '헛짓'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때늦은 구입'을 강행하게 만든 것은 나의 알량한 신념('문화콘텐츠는 돈 주고 사는 거다'라는...) 때문이라기보다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소장하고 싶다'라는, 예술작품에 있어 대단히 강렬한 단계의 욕구 때문이었다.
자기 손을 잘라 파는 족발집 돼지사장과 주문받은 통닭을 위해 자기 아들 닭돌이를 튀겨내놓은 치킨집 닭사장...이라는 '잔인하게 웃긴' 현실감각이 첫작품 '사랑은 단백질'부터 책 전편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부여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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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국만화가 일본만화에 시스템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완전히 종속되고 그나마 '시장'이라는 것 자체도 공짜 좋아하는 이 나라에서 초토화된 상황에서 사실적인 그림체와 화두를 던지는 주제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 '괴로운' 만화가의 작품들은 만화 문외한인 나에게도 단연 돋보이는 것들이다.
이런 책에 '19禁' 딱지가 붙어야 '19禁(성인물) = 섹스'라는 졸렬한 등식이 깨어질텐데...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게 하는 만.화.책.이다. 귀여운 아기공룡 둘리의 모습을 생각하고 자녀들을 위해 구입했다가 아이들에게 왜 둘리가 더이상 '호이 호이'하는 마법을 쓸 수 없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현실과 사회의 모순까지도 다 설명해주어야 하는 난감함을 겪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ㅡ 작품 속에서 둘리가 '호이 호이'를 할 수 없는 것은
불법체류노동자로서 프레스에 손가락을 잘렸기 때문이다.
ISBN 89902304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