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가 얼마나 활기차고 발랄한지 놀라게 된다.
토요일 김장훈과 콩트를 할 때
가끔 내는 아줌마 흉내는
김장훈 말대로 '동아시아 최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그 방송을 좋아하는 것은
내면 속에 커다란 아픔을 가진
본질적으로 쓸쓸한 사람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싱긋 웃게 되는 포근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TV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소라의 밝은 모습을 믿지 않는다.
그가 혼자 있을 때,
그의 본래 모습, 그런 것들은
모두 그가 노래부를 때 내뱉는
그 짙은 보라색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예전 언젠가 한 친구가
'이소라는 노래 부를 때 신들린 것 같지 않니?'라던 말은
사실 신내림을 받은 藝人의 모습이나 그러한 儀式이라기보다는
지극히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그녀가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봄으로써 진실해지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외부와 소통하게 되는)
그녀만의 진지함의 태도를 일컫는 거였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이 신작앨범이 가진
밝은 분위기의 곡이 전혀 없는 일관된 구성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녀의 내면과 같은 앨범이 만들어졌구나
이제야 그녀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과 같은 음악들로만
앨범을 채울 수 있게 되었구나 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 홍보자료에 나온 것처럼
'그녀의 음악으로 내 사랑을 위로 받으려다가
그녀의 사랑 얘기에 오히려 가슴이 아파지는' 그런 앨범임에 틀림 없을 거다.
........
타이틀곡인 '이제 그만'은
회사 점심시간에 와레즈에서 다운 받아 먼저 들었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있자면
서로가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까 불필요한 걱정을 하며
만나서 아무 말도 못한 채,
하지만 서로간의 사랑의 끝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불안감 역시 마음 한켠에 놓아둔 채,
서로가 손도 못 잡고
반걸음 옆으로 떨어진채 땅만 보며
집으로 가는 어두운 골목길을 수줍게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니, 그렇게 피지도 못한 채 끝나버린 사랑의 기억을
시간 너머로 재여둔채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이
새벽 라디오에 흐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옛 사람의 기억을 스스로 다독이는
쓸쓸한 짙은 보라빛의 새벽공기 내음이 맡아질 뿐이다.
이 곡의 음조가 어떻고 구성이 어떻고 하는 자못 분석적인 자세보다는
이러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이 곡이 가진 아리한 느낌 앞에 충실하고도 신실한 태도일 것 같다.
많은 작곡가들의 다양한 색의 곡들을
'이소라'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용해'(溶解)시켜버리는 것을
보컬리스트로서의 그녀의 재능이라고 하기 이전에,
사람의 깊은 마음 속 아픈 감정을 무심결에 툭- 치듯이 건드려
다시금 옛 기억을 들추어 아파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저 노래를 부르는 가수 또한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고 있구나라고 느끼게끔
위안과 편안함을 이끌어내는 그만의 목소리에서
우리는 추억, 사랑, 그리고 아픔의 의미 앞에 한없이 진지한
그녀의 내면을 먼저 읽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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