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장훈이라는 가수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언제나 그랬듯 듣기에 너무 말랑말랑하고 여려서 싫은 유영석의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시 제목에서 따왔음이 자명한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노래제목이 보여주는
다소 천박하다 싶기까지한 '고전의 외피만을 따다 쓰기'에 거부감을 먼저 느꼈다.
그의 데뷔가 언제였건간에
김현식이 죽을 때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는(자신의 뒤를 이어 잘 봐달라는 둥의...)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김장훈이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되었던 사실이
과연 지금 그가 누리는 화려한 인기라는 것이
김현식의 죽음으로 '뜬'(또는 '알려진') 가수에게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하는
지극히 삐딱한 시선으로까지 그를 바라보게 하는데
큰 이유가 되었음도 털어놔야겠다.
그렇게 단단했던 나의 그에 대한 편견에 균열을 내고
그 작은 틈새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멜로디는
어이없게도 언젠가 TV에서 언뜻 보면서 '참 대중문화계에 복고풍이 오래 가는군'이라며
하품을 했던 뮤직비디오의 원곡 '혼잣말'이었다.
오늘날의 음악산업에서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영향력을
굳이 여기서까지 논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게 상투적이었던 뮤직비디오의 영상을 내 기억에서 지워내자
이 곡이 가진 아름다움과 김장훈이라는 가수가 토해내는 목소리의 진지함이
들리고, 그리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 가수 이은미는 모 잡지의 기고문을 통해 부족한 가창력에도 노래보다는 외모에 신경쓰는 후배 가수들을 질타한 바 있습니다.
이중 '몇 년 전 대학로에서 노래부를 때만 해도 음정이 안 올라간다며 진지하게 고민하던 가수 K가 요즘엔 그런 고민은 팽개친 채 볼거리와 입담에만 신경쓰는 듯하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장훈을 인터뷰하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분명 제 얘기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상태만 해도 기적에 가깝습니다. 목소리를 잃을 뻔 했으니까요."
1999년 그는 병원에서 '성대결절' 진단을 받고,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자칫 가수생활을 중단할 뻔했지만 눈물겨운 노력 끝에 목소리를 되찾았다는 김장훈.
그는 말합니다. "무대 위에서 우습게 보여서 그렇지 저는 항상 슬프고, 항상 진지한 사람입니다. 그게 너무 괴로워서 광대짓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저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들은 저를 모르니까요. 그냥 웃어 넘길 뿐입니다."
웹에서 그에 대해 뒤적이다가 발견한 위의 글은
내게 김장훈이라는 가수의 내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주었다.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속으로는 끝없는 어둠과 우울함을 가졌으면서도
얼굴로는 항상 웃고 있며 광대짓을 하고 있었기에.
........
그 뒤로 듣게된 김장훈의 노래들에서는
이전에는 '멜로디의 화려함'에 가려 잡아내지 못했던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에 갔던 것은 공연 연출을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노래에 대한 갈구 때문이었죠. 6집 타이틀곡 '혼잣말'을 1000번 넘게 들었는데 노래가 슬프지 않더라고요. '내 배에도 기름이 끼었구나. 밑바닥을 한 번 찍자. 그리고 외로움의 끝을 보자. 그러면 노래가 좋아지겠지' 이런 생각으로 훌쩍 떠났던 것입니다 ."
내 마음 속 어두움의 깊이만큼이나 단단했던 그에 대한 편견을 깨버릴 정도로 슬펐던
'혼잣말'을 두고 '노래가 슬프지 않더라'고 하는 저 가수의 속에는
과연 어떠한 슬픔과 우울함이 들어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라디오에서 듣게 되는 그의 유쾌한 입담 역시
그냥 웃고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밖에서 밝고 활기찬, 광대역할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 혼자만의 세계에서는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괴로움과 진지함, 음울함에 힘들어한다면,
그리고 세상사람들이 자신을 '광대'로만 여기며 진정한 '나' 자신을 소통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서로 다른 '두 개의 내'가 필연적으로 나 자신에게 가져올 넓디넓은 괴리에 지쳐간다면,
당신도 나처럼
TV나 라디오에서 '광대'일 때는 결코 발견해낼 수 없는,
오로지 그의 내면을 실어부르는 노래 속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김장훈의 목소리가 주는 깊은 울림의 주파수에 同調하게 될 것이다.

















